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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두리랜드 홈페이지

 

5월 5일 어린이날 즈음해서 두리랜드 재개장 소식이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두리랜드 입장료를 둘러싸고 격한 말들이 오갔다는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참고기사]빚 135억·집 팔고 '두리랜드' 숙식 "세상에 지기 싫습니다"(조선일보, 2020.05.16)

 

두리랜드는 배우 임채무 씨가 사재를 털어서 만든 "사설 놀이공원"이다. 여러 인터뷰를 읽어보면 임채무 씨는 꽤 예전부터 어린이들이 뛰어노는 "원더랜드"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었던 듯하다. 사재를 털어 놀이동산을 만들었고, 그걸 심지어 "무료"로 이용하게 했다.

 

안타깝게도 환상 속의 원더랜드와 달리 현실의 놀이동산은 돈이 들어가야 한다. 당장에 시설 운영을 위한 전기, 수도 비용, 직원 급여, 시설 유지 보수비(수리 및 업데이트), 토지와 시설에 대한 세금까지... 아마 임채무 씨는 놀이동산에 이렇게까지 많은 돈이 들어갈 거라고 계산하지 못하고 시작한 모양이다. 그리고 비용 좀 들어간다고 해도 "내가 출연료 받은 걸로 해결하면 된다"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두리랜드를 이용하는 모두가 그저 즐겁고, 좋은 추억만을 가지길 바라는 순수한 영혼들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용은 누적되고, 임채무 씨 사재를 털어서 해결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놀이공원에 대한 트렌드가 바뀌면서 키즈 카페식으로 개보수도 했고, 비용은 더 들었다. 결국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임채무 돈독 올랐다! 이딴 시설에 누가 돈 내고 들어가냐"면서 면전에서 욕을 했다. 이번 사건으로 임채무 씨는 많은 상처를 받은 것 같다.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임채무 씨가 어린이들의 웃는 모습을 보자고 사재를 털어 놀이기구를 만든 게 잘못인가? 이건 좋은 일이 아닌가? 오히려 칭찬받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는 왜 욕을 먹고 있는 것일까?

 

이번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두 가지이다. "임채무 씨 힘내세요! 공짜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거지 근성이죠!"라는 사람들과 "애초에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닌데, 자기가 좋아서 시작해놓고는 욕먹는다고 언론에 인터뷰하는 건 뭔가"라는 사람들. 나는 두 반응 모두 일리가 있다고 본다. 임채무 씨의 지인들 말처럼 애초에 돈도 안 되는 걸 왜 시작을 했는가이다. 임채무 씨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다. 욕을 먹더라도 하고 싶은 일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대중에게 도움이 되기까지 하면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임채무 씨는 늘어나는 비용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었다. 본인이 힘겹게 막아내다가 결국 입장료를 받기로 선택했고, 그것이 더 큰 비난으로 다가온 것이다. 여기까지 오면서도 힘들었는데, 또 욕을 먹으니 본인은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공짜로만 쓰려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은 문제다. 공짜면 감사한 거고, 돈 받으면서 그만한 가치가 있으면 이용하는 거고 아니면 다른 걸 쓰면 되는 것이지, 면전에 대고 욕할 건 아니다. 

 

그런데 사람은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처음부터 단돈 만원이라도 받았다면 사람들은 "여긴 원래 유료시설"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엔 공짜로 썼는데 이젠 돈을 내야한다는 사실이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설 시설을 이용하면서도 "돈을 내야한다"는 인식 자체를 갖지 않은 것이다. 그런 인식을 심어준 데에는 임채무씨에게도 책임이 있다. 본인은 영원한 어린이들의 천국을 만들고 싶었겠지만 현실과 타협하는 방법을 몰랐다. 사람이라는 것이 줬다 뺏으면 그것이 처음부터 제 것인 것 마냥 저항하며, 세금도 안 내던 것을 내라고 하면 반발한다. 0에서 1이 되는 건 어렵지만 1에서 2가 되는 건 상대적으로 쉽다.

 

예를 들어 에버랜드 입장료는 5만원이 넘는다. 이제 와서 이걸 7만 원대로 올린다고 한다면 사람들은 "비싸다"라고 생각은 하겠지만 임채무 씨에게 했던 것처럼 삼성 사옥 앞에서 "돈독이 올랐다"라고는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설유지도 해야 하고, 최저임금도 올랐으니 월급도 올랐겠지라면서 나름의 이유를 찾을 것이다. 비싸다고 생각을 하면 대체재인 롯데월드로 갈 것이다. 두리랜드 이용자들도 그랬어야 한다. 비싸다고 생각하면 도심의 키즈 카페로 가면 된다. 그게 기능상 두리랜드의 대체재이다. 욕하고 뭐하고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두리랜드가 입장료 "0원"이라면 도심의 키즈 카페와는 다른 경쟁력을 갖게 된다. 돈을 내야 하는 키즈 카페가 대체재가 아니라 돈을 안내도 되는 공원이 대체재가 된다. 사람들은 입장료 유무에 따라 카테고리를 바꿔야 했는데, 갑자기 바뀐 카테고리에 적응을 못하게 된 것이다. 

 

이번 사태는 임채무씨의 순수한 마음에 상처를 낸 "거지 근성"들을 욕하고 끝낼 게 아니다. 애초에 "거지 근성"을 가질 토양을 선사한 무상 정책에도 문제가 있다. 임채무 씨는 이제야 성장통을 시작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앞으로 두리랜드는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할 것이다. 임채무 씨 사후에 자식들이 이 시설을 운영할 수 있을까? 상속세와 남은 채무를 고려했을 때, 두리랜드는 헐값에 매각될 가능성이 더 높다. 임채무 씨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두리랜드라는 원더랜드를 만드는 것인지, 무상으로 이용하게 하는 것인지. 임채무 씨의 바람이 영원한 원더랜드를 만드는 것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입장료 정책을 가져야 한다. 

 

꿈을 꾸는 건 좋다. 하지만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꿈은 망상이 된다. 꿈을 현실에서 펼치려면 오히려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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