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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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pixabay

 

아이돌은 상품이다

아이돌(idol)은 원래 ‘종교적 우상’을 의미하지만 동아시아에서는 ‘인기 연예인’을 지칭하는 말로 친숙하다. 기존의 가수, 댄서 등의 아티스트와 아이돌은 추구하는 지향점이 다르다. 아이돌은 예술성이 아니라 철저히 상업적 수익을 추구하는 엔터테인먼트 상품이다. 아이돌 육성 시스템은 제조업의 공장과 유사하며, 아이돌의 마케팅은 대기업 마케팅 못지않다. 아이돌의 사건사고는 개인의 잘못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속 기획사의 주가 하락과 한국의 소프트파워 하락으로 이어진다.

 

한국 아이돌 시장의 간략한 흐름

한국 아이돌은 크게 1세대부터 3세대까지로 구분할 수 있다. 1세대의 시작은 보통 90년대 후반 등장한 H.O.T로 본다. 90년대 후반 이전에도 10-20대에게 인기가 높은 댄스 가수가 있었으나 아이돌 시장의 등장으로 보긴 어렵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H.O.T가 등장하면서 “기획사 주도로 멤버를 구성해, 연습생 제도로 훈련시킨 댄스 가수”를 아이돌로 부르게 되었고, 아이돌 시장은 팬덤을 바탕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H.O.T와 신화, 젝스키스, S.E.S, 핑클 등을 1세대 아이돌로 부르는데, 이들의 음악 및 댄스 완성도는 그다지 높다고 볼 수 없다. 일본 쟈니스에서 착안한 연습생 시스템과 해외 교포 등을 추가한 이국적 느낌이 이들의 어필 포인트였다.

 

사진 출처: KBS 신인류의 노래

 

2세대 아이돌은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빅뱅, 원더걸스, 소녀시대, 샤이니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1세대 아이돌에 비해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아 완성도 높은 음악과 댄스를 선보였으며, 본격적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했다. 아이돌의 연습 내용에 외국어가 필수로 포함된 것도 이 즈음이다. K-POP 1세대로 볼 수 있으며, 음악에서도 글로벌 뮤지션과 협업하는 경우가 늘었다.

 

3세대 아이돌은 BTS, 블랙핑크 등을 들 수 있다. 이전 세대의 아이돌이 기획사가 찍어낸 완성형 아이돌이었다면 3세대는 팬과 소통하며 발전하는 ‘성장형’ 아이돌로 볼 수 있다. 시장은 기성품 같은 아이돌보다는 약간 부족하지만 성장하고, 매일 달라지는, 그 과정에서 팬의 의견이 반영되는 아이돌을 원했다. 슈퍼스타 K, K-pop 스타 등 오디션 출신이 아이돌 시장에 등장한 것도 이런 시장의 흐름 때문이었다. 유튜브, 트위터 등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미디어의 등장으로 이런 추세가 더욱 힘을 받았다. 이들은 더 이상 로컬과 글로벌의 구분 없이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다.

 

한국의 아이돌 시스템은 일본을 벤치마킹해 시작됐으나 로컬 시장에 집착한 일본과 달리 가혹할 정도로 체계적인 연습생 시스템과 글로벌 전략으로 이제는 일본을 뛰어넘어 전 세계를 주도하는 흐름이 되었다.

 

4대 대형 기획사 특징과 전망

아이돌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대표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시장이다. 누구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어제의 인기스타가 오늘 몰락할 수 있으며, 오늘은 새로운 별이 탄생할 수 있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 등 작품을 만드는 제작사와 달리 스타를 키워내는 기획사는 소규모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다. 유망주 하나만 잘 키워서 흥행해도 천문학적인 금액을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에는 굉장히 많은 수의 연예기획사가 있다. 이 글에서는 아이돌 산업을 끌고 가는 대형 4개사에 국한해 설명한다.

 

  SM YG JYP HIBE
설립자 이수만 양현석 박진영 방시혁
설립연도 1995 1998년 양군기획(2001년 YG로 변경) 1997년 JYPE(2001년 JYP로 변경) 2005년 빅히트(2020년 하이브로 변경)
주요 아티스트
(과거 소속
아티스트 포함)
H.O.T,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샤이니, 소녀시대, 엑소, 레드벨벳, NCT 등 지누션, 빅뱅, 2ne1, 세븐, 위너, 블랙핑크 등 G.O.D, 비, 원더걸스, 2PM, 2AM, 미쓰에이 트와이스, 니지유 등 BTS
상장 주식 시총
(2021. 11.10 기준)
1조 8,055억원 1조 2,983억원 1조 8,281억원 15조 3,470억원

 

SM은 국내에 아이돌 산업을 정착시켰으며, K-pop의 선두주자이다. 메가 히트를 기록한 아이돌 그룹을 다수 갖고 있어 한 그룹이 휴식기에 들어가도 다른 그룹이 활동하면 되기에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SM은 연습생 시스템을 정착시켜 한국형 아이돌 산업을 만들었지만 그 때문에 SM 아이돌은 다들 “비슷비슷”해 지는 결과를 낳았다. 초기 K-pop star 오디션에 SM도 참여했으나 결국 TV 오디션에서 사람을 뽑지 않고, 자사 선발-훈련 시스템을 유지하게 되었다. 그것이 최근 성장형 아이돌 위주의 시장에서 SM의 침체를 불러왔다. 최근 데뷔한 NCT나 에스파가 선배들에 비해 아쉬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YG는 힙합 레이블로 시작했으며, YG 패밀리라는 강한 정체성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2ne1, 빅뱅 등을 거치며 아이돌 기획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YG 패밀리라는 정체성도 쇠퇴했으며 힙합 이외에도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고 있다. YG의 성공은 빅뱅이 만들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빅뱅 사건 때문에 몰락하고 있다. 최근 블랙핑크 이외의 다른 아티스트는 눈에 띄지 않는다.

 

JYP는 박진영이라는 대표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를 중심으로 다양한 음악적, 사업적 시도를 하고 있다.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과 100% 일본인 아이돌인 니지 유 등이 그 예이다. 다만 상기 2사와 달리 아티스트의 소속 기간이 짧으며, 특정 그룹을 장수시키기보다 새로운 그룹을 데뷔시키는 편이다.

 

하이브는 JYP에서 프로듀싱을 했던 방시혁이 세운 회사로 BTS가 대박이 나면서 전통의 아이돌 기획사 3자 구도를 깼다. BTS 효과로 엄청난 시총을 기록했으며, 단번에 대한민국 대표 기획사가 되었다. BTS가 SNS를 활용해 인기를 얻은 만큼 팬과 소통하는 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며 자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아직 소속 그룹층이 얇기 때문에 BTS의 부재가 회사에 충격을 줄 수 있다.

 

메타버스와 아이돌… 만질 수 없는 너를 사랑할 수 있을까

최근 아이돌 기획사는 오프라인 시장만큼 가상세계에도 집중하고 있다. 아이돌 시장이 완성형에서 성장형으로 바뀌고 있고, 메타버스 등의 기술이 발달하는 만큼 팬은 아이돌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키우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기존에 트위터 등으로 양방향 소통을 했다면 이제는 아이돌을 메타버스에서 만나 직접 교류하고, 나아가 아이돌을 소유할 수 있다. SM은 에스파를 현실과 가상세계에 동시에 존재하는 세계관을 설정했다. 또한 JYP, 하이브, SM 등이 NFT에 투자하고 있다.

 

사진 출처: SM엔터테인먼트

 

그러나 팬덤에 기반한 아이돌의 인기는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지만 닿을 수 없는 안타까움”으로 정의할 수 있다. 팬덤은 그들의 성장을 부모의 마음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그들과 ‘개인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환상을 품기도 한다. 애초에 만질 수 없는 가상세계의 아이돌, 유일한 존재가 아닌 복제 가능한 존재라면 흥미를 잃기 쉽다. 피그말리온을 기억하자. 그도 결국 그의 창조물을 인간으로 만들어 달라고 신에게 사정했다. 유한한 존재일지언정 그 온기를 느끼고 싶어서. 가상세계의 아이돌은 팬에게 온기를 줄 수 있을까?

 

<참고자료>
<시대를 바꾼 아티스트 - 데뷔의 순간> 4부, ‘신인류의 노래’(KBS)
메타버스·NFT에 적극적인 엔터업계, ‘사칭 코인’ 등 사기 주의보도(조선비즈)
메타버스 시대의 기업 하이브…엔터에서 플랫폼·NFT까지(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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