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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연합뉴스

 

느닷없이 요소수는 왜 부족하게 됐나

  요소수가 부족하다고 난리다. 국민의 절반 이상은 요소수가 뭔지도 모르고 살다가 이번에 그 존재를 알게 되었다. 요소수는 경유차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줄여주는 물질이다. 2018년 9월 배출 가스 규제가 강화되면서 모든 경유차는 요소수를 넣어야 한다. 그러니 경유차가 대부분인 화물차는 요소수가 없으면 멈추게 되고, 이는 물류대란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요소수는 왜 부족하게 됐을까? 부족하면 만들면 되지 않는가? 요소수는 석탄이나 천연가스에서 뽑아내는 요소를 증류수와 섞어 만든다. 안타깝게도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암모니아)는 중국산이 국내 수입량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도 요소를 뽑아냈으나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중국산을 수입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중국이 요소에 대한 수출 전 검사를 의무화하면서 수출량이 크게 줄었고, 한국의 요소수 대란을 불렀다.

 

  참고로 유럽과 일본은 아직도 자체적으로 요소를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은 국내 사용분의 80%를 생산하고 있고, 유럽은 원래 경유차 비중이 높아 요소 생산업체가 남아있다고 한다. 이들 국가들은 에너지난 때문에 요소 가격이 상승하긴 했어도, 한국처럼 비축분이 0에 수렴하는 ‘공급대란’은 나타나지 않았다.

 

심각한 중국의 에너지 부족

  중국은 왜 요소를 수출하지 않는걸까? 예전에 요소는 중국에서 별도의 검역, 검사 없이도 자유로이 수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중국이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으면서 요소 수출을 통제하게 된 것이다.

 

  중국의 에너지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공장이 멈추고, 정전이 일상화되고, 추위를 견디고 있다고 한다. 중국은 연료로 쓸 천연자원 자체가 아예 없는 나라가 아니다. 다만 공급에 비해 수요가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석탄 등을 호주에서 수입하고 있었다. 그런데 중국이 호주와 갈등을 겪으면서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했고, 이것이 에너지 부족으로 이어졌으며, 석탄을 이용해 추출하는 요소 생산 자체도 줄었고, 자국 내 필요한 요소를 확보하기 위해 요소 수출을 제한한 것이다.

 

중국의 화력발전소, 사진출처: 연합뉴스

 

 

중국이 때리니 호주가 반격했다

  중국은 왜 자기 발등을 찍는 짓을 한 걸까? 에너지 부족이 일어날 걸 알면서도 호주산 석탄을 수입하지 않은 걸까?

 

  사건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호주는 5G 통신사업에 중국 IT기업인 화웨이의 참여 배제를 결정했다. 2020년 4월에는 국제사회 차원에서 중국의 코로나19 기원과 책임에 대한 조사를 공식 요구했다. 대놓고 중국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사실 호주의 이런 조치는 상당히 대담한 것이었다. 호주는 한국 못지않게 중국에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호주의 총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5%쯤 되고, 2019년에만 130만 명의 중국 관광객이 호주를 찾아 15조 원을 썼다. 호주 내 외국인 유학생 중 약 30%는 중국인이다.

 

  이렇게 높은 경제 의존도를 보이니 중국은 호주를 한방 때리면 호주가 금방 굴복할 것이라 생각했다. 중국은 대국이고, 호주는 소국이니 대국이 잠깐만 참고 견디면 소국이 알아서 항복해 올 것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호주산 석탄, 철광석, 와인 등의 수입을 금지했고, 엄청난 관세를 물렸다. 해당 조치로 호주 경제는 휘청거렸다. 중국으로 팔려나가던 물건들이 창고에서 썩기 시작했다. 그런데 호주는 참았다. 아니 참는데 그치지 않고, 반격을 시작했다. 중국 축산 농가의 필수품인 건초를 수출 금지, 남부 빅토리아주가 맺은 중국과의 ‘일대일로 협약’ 취소, 미국과 연합 군사 훈련 강화, 대만과의 통상장관 회담 개최 등 중국의 아픈 곳만 골라서 때렸다. 중국이 무시했던 소국이 대국의 급소를 치기 시작했다.

 

결국은 미중 갈등

  아무리 그래도 호주가 믿는 구석 없이 이렇게 중국에게 대들 수는 없다. 호주 뒤에는 미국이 있었다. 미중 갈등은 전 세계를 무대로 일어나고 있고, 호주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파트너다. 호주가 처음에 화웨이를 배제한 것도, 중국에게 코로나 기원을 조사하라고 요구한 것도 미국의 전략에 동참하면서이다. 미국과 호주의 관계는 생각보다 끈끈하다. 이들 나라는 넓게는 앵글로색슨으로 묶여있고, 이는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라는 정보 동맹으로 이어진다.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는 평소에도 민감한 군사 정보를 공유했다. 이 중에서 호주는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미국, 일본, 인도, 호주)에도 포함되어 있고, 최근에는 호주-영국-미국의 군사동맹인 오커스(AUKUS)로 이어졌다. 호주가 오커스 국가인 미국산 핵잠수함을 사기로 하면서 프랑스와 미국의 사이가 틀어지기도 했다. 미국은 프랑스의 뒤통수를 치면서까지 호주를 강하게 끌어당겨야 했다. 호주가 핵잠수함을 보유하게 되면 아시아 태평양 내에서 미국의 해양 지배력은 더욱 강해지게 된다. 이 싸움은 결국 미국과 중국의 싸움이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우리는 왜 대비하지 못했나

  요소수가 부족하다고 하니 정부에서는 긴급회의를 열어 “중국에게 요소 좀 팔아달라”라고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정말 현재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나? 요소수 부족은 중국이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할 때부터 예측됐던 일이다. 호주가 중국에게 대들 때부터 중국이 보복을 하리라 예측할 수 있었고, 그 불똥이 한국에게 튈 것으로 예측했어야 했다. 예측을 못했으면 대책이라도 제대로 세워야 하는데, 중국에게 사정하는 건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요소수 부족 자체는 당장은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장기적으로는 보조금을 줘서라도 국내 생산분을 만들어서 해결하면 된다. 그러나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게 하려면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한국은 과연 그럴 의지와 능력이 있을까?

 

<참고자료>
경유차 아우성인데...요소수 대란, 중국만 쳐다보는 정부(조선일보)
중국 에너지대란이 한국 요소수대란 불렀다(뉴스1)
요소수 시한폭탄, 1~2개월 남았다…최악땐 '배달망 붕괴'(중앙일보)
[송의달 선임기자의 Special Report] 호주의 ‘3종 병기’, 중국 경제보복을 물거품 만들다(조선일보)
앵글로색슨 동맹 선봉에 선 호주, 중국의 급소 찔렀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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