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반응형

세계화의 역설: 팬데믹이 초래한 공급망 붕괴

21세기 초, 세계화가 빠르게 진전됐다. 냉전은 끝났고, EU가 등장하면서 유럽이 하나가 되었다. 인터넷의 발달로 세계는 순식간에 이어졌고, 아시아에서 생산된 물건이 유럽과 북미에서 소비됐다. 전 세계는 장밋빛 미래를 함께 그려가는 운명 공동체였다. 코로나가 모든 걸 걷어차기 전까지.

 

코로나는 세계화의 약한 고리를 끊었다. 전염성 강한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들은 집에 갇힐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만 연결되면 일할 수 있는 IT 업계와 달리 육체 노동을 해야 하는 제조업, 유통업, 서비스업에서는 모든 것이 멈췄다. 특히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 인도, 동남아 등은 코로나 발생과 변이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봉쇄에 들어갔다. 이들 지역의 봉쇄로 공장이 멈췄고, 운송이 멈췄으며, 지구 반대편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쳤다. 아시아에서 부품이 생산되지 못하니 완성차, 반도체 공장이 멈췄고, 농장 노동자들이 병에 걸리니 식품 가격이 상승했다. 물자의 이동 뿐 아니라 사람의 이동도 막혀 저임금의 외국인 노동자를 확보하기도 어려워졌고, 그렇게 부두 노동자, 트럭 운전사 등이 사라졌다. 글로벌 공급망은 무너졌고, 인플레이션이 전세계를 덮치고 있다.

 

사진출처: 조선일보

 

각자도생은 유토피아를 보장하지 않는다

팬데믹 이후 세계 각국은 세계화가 아닌 각자도생의 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국경을 닫을 수 밖에 없었고, 외국인을 배척했고, 백신과 치료제, 마스크를 확보하려 싸웠다. 이제는 공급망 붕괴로 원자재, 부품, 식품 등이 부족해지자 세계화의 폐해로 안보를 잃었다고 외치고 있다. 자국 중심주의와 오타키(Autarky) 경제(폐쇄적 자립경제), 보호무역이 되살아 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미 전 세계는 거대한 생산과 소비 사이클에 속해있고, 그 사이클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경제를 운영하려면 엄청난 비용과 희생이 필요하다. 핵심 물자 몇 개를 자국에서 생산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경제 이외에도 전 세계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기기 위해서는 저개발 국가에 백신과 치료제가 보급되어야 하고, 그렇게 이들 국가의 붕괴를 막아야 기후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다. 지금 당장은 국뽕에 차올라서 ‘우리끼리 잘 살자’라는 주장이 솔깃할 수 있다. 그러나 멀리 봐야 오래 간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완전히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며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 없듯이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는 유토피아적인 국가도 없다. 다시 세계와 손잡아야 할 때다.

 

<참고자료>
심화되는 공급망 차질과 인플레 우려(한경비즈니스)
델타 변이에 기상이변까지… 글로벌 공급망 또 휘청(조선일보)
코로나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배터리·고철까지 '전략물자화'(한국경제)
미국이 돌아왔다… 더 성난 얼굴로(문화일보)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
loading